마크업 가이드

회사 이야기는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에 조직을 변경하여 카카오에서 만드는 서비스의 사용자단에서 보여지는 산출물(HTML, CSS)을 만드는 조직의 리더를 그만두게 되었다. 이제 다른 업무를 하게 될 예정인데, 4년 넘게 몸담은 조직이라, 그동안 내가 해온 일들을 인수인계를 하기 위한 용도로 문서 작성을 하고 있다. 4년간 해온 일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는데…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마크업 가이드가 존재했다.(지금도 존재한다) 접두어, 접미어, 예약 어등의 네이밍부터 중첩 허용범위 등 상당히 엄격하게 정의되어 있었고, 코드리뷰 시스템을 통해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결과물을 배포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의 상위 리더는 우리 구성원들이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답을 알려 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몇 년이 지나면 가이드에서 벗어나서 좀 더 창의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난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가이드만 지키면 되는데 창의적인 생각을 뭐하러?’

그리고 다시 가이드를 봤다. 이건 안내서(guide)가 아니라 규칙(regulation)이었다. 난 리더의 말을 실현하기 위해 규칙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필수로 지켜야 하는 항목과, 적용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예전에 필수였지만 지금은 참고만 하는 항목으로 분리했다. 그리고 필수로 지켜야 하는 항목에는 반드시 그 근거를 넣도록 했다. 이제 규제는 최소화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가이드 시절부터 업무를 배운 친구들은 가이드가 빈약하다고 투덜 댄다. 최근에 입사한 친구들은 뭐 이렇게 지킬게 많냐고 투덜댄다.

난 무엇을 한 걸까… 그래도 나아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