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childcare story

육아는 일이었어.

우리 부부는 아들이 생기기 전에는 싸운 적이 없었다. 항상 즐겁게 살고 서로를 배려했었는데, 최근의 경우를 보면 사소한 대화를 하다가도 감정이 상한 적이 많았다. 난 그 이유가 궁금했다.

꽤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생각한 후의 결론은 대부분의 다툼은 아들을 키우는데서의 의견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아 하나의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연말을 맞아 달력 작업을 하게 되었고, 아내는 예술가의 입장으로 나는 제작자의 입장으로 되어 업무적 접근을 하게 되었다. 진행 시 당연하게도, 상반된 입장과 시각을 가지는 우리는 당연히 의견 충돌이 있었고, 그때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느낌은 흡사 정우의 일로 타툴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다행이다. 시간의 흐름과 애정의 줄어듬이 아님을 깨닫게 된 순간 아내가 더 사랑스러워졌다. 아내랑 일만 안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아들일기 33개월

말을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자기표현을 하게 되는 아들은 점점 미운 네 살로 진입하게 된다. 어떤 행동을 하자고 하면 일단 “아니야”부터 나온다. 놀러 가게 옷을 입자고 해도, 밥을 먹자고 해도, 놀던 장난감을 치우자고 해도, 좋은 거 나쁜 거 상관없이 일단 다 싫다고 한다.

처음에야 몇 번 말로 타이르지만, 성격 급한 엄마, 아빠는 이내 폭발하고 엄마는 소리 지르고 난 맴매(효과 1도 없다)도 시도해 보았다. 그래도 별 효과는 없어 보여서 칭찬 카드를 만들어서 10번 착한 일을 하면 좋아하는 간식을 주기로 했다. 밥을 잘 먹고, 치카를 잘하고, 우리들의 말을 잘 들을 때마다 별을 하나씩 붙여주기로 했다. 내가 폭발하는 모습을 보고 아무래도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다고 판단해서 이런 회유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내 아내는 훌륭하다.

어제저녁에는 오랜만에 집에서 고기를 구워서 저녁에 가족끼리 잘 먹었다.(스티커 하나) 치카도 잘했다(스티커 하나) 간식을 먹으려면 10개를 모아야 한다.

저녁에 모두 잠자리에 들어서 아들의 광기를 어찌 풀 수 있을까 와 오늘 공원에 놀러 가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들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 너무 더워… 더우니까 스티커 붙여야겠다. 그지?”

한 마디에 우리는 빵 터졌고, 안 좋았던 기분이 모두 풀렸다. 물론 스티커는 붙여주지 않았다.

2018년 9월 1일의 아들일기

이날은 토요일이었고 아내의 언니(처형)가 서울로 이사를 간 기념으로 아들을 두고 처형네 집으로 서울 구경을 가는 날이었다.
 
아들은 가끔 엄마를 보고 싶다고는 했지만 매우 신나게 놀았다. 낮부터 너무 놀아 낮잠을 자고 저녁도 집에서 잘 먹었다
 
그리고 집 앞 마트에 걸어가서 잘 놀고 간식 등을 사들고 걸어오는 길이었다.
 
아직 만 3세가 되지 않은 아이가 걷기에는 힘든길 이었을 것이다. 아들은 아빠 손을 잡고 걷다가 가끔 멈춰서 나를 올려다보고 내 손을 보곤 했다. 내 한 손은 아들의 손을 잡고 있었고, 나머지 한 손과 어깨는 짐들이 걸려있었다. 아들은 뭔가를 바라는 듯했으나 이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나를 훑어보기를 반복… 그래서 아들에게 물었다.
 
아빠 : “아들 걷는 거 힘들어? 아빠가 안아줄까?”
아들 : “힘드어 힘드어”
 
울먹하는 아들을 번쩍 안아서 걸으면서 이야기했다.
 
아빠: “아빠가 짐이 많아서 안아달라고 못했어?”
아들: “네…”
아빠: “그래도 꾹 참고 집 근처까지 잘 왔으니까 여기부터는 아빠가 안아줄게~ 집에 가서 간식 맛있게 먹을까?”
아들: “네!!!”
 
항상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가능성을 본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어느새 이렇게 쑥 자랐을까 싶었고…
 
여기까지는 약간 짠하고 좋았는데… 간식인 과자를 온 거실에 흩날리면서 먹은 건 함정이다…

덧붙이는이야기

아내는 서울에 가서 두 가지를 느꼈나 보다 그 두 가지만 이야기했다.
아내: “강남에 갔는데 물감이 너무 많아!!! 흰색이 여러 종류야!!”
아내: “지하철 버스 너무 복잡해 서울에서 못살겠어!!!
남편: “응 걱정 하지마돈 없어서 어차피 서울에 못살아…”

두돌

태어난 기쁨과 무사히 자라준 첫 돌의 기쁨이 엊그제 같았는데 두돌이 바로 다가왔다. 첫 돌은 돌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면, 이번은 크리스마스와 연계된 것에 의미가 있었다(아들의 생일이 12월24일이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초희는 벽에 램프로 트리를 만들고 그 밑에 선물 상자를 여러개 만들었고, 난 그 트리의 끝에 별 장식을 구매해서 달았다.

정우가 생일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빠를 찾을 즈음 나와 아내는 선물을 짜잔 보여주고 미리 준비한 선물과 케익 그리고 생일상을 함께 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다 부른후에야 촛불을 후하고 불수있게 잘 자라준 정우는 촛불끄는놀이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던지 계쏙 촛불을 끄겠다고 했다.(집안에 촛불연기가 가득했고 우리는 생일노래만 10번은 불렀나보다.)

이제 미운 네살로 들어서는 아들과의 대화는 점점 과격해지지만, 우리가족의 사랑도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