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 기간 중 SNS에는 유난히 – 내가 SNS를 많이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명절 상차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였다. 여자는 왜 식모처럼 음식 준비를 해야 하는가? 효도는 셀프, 내조상도 아닌 남편의 조상을 내가 왜 모시냐는 등의 메시지였다.
난 우선 저런 주장에 대해 모두 타당하고 옳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여흥을 즐기기 위한 SNS에서 성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내용을 보는 것은 편하지 않았다. 누가 뭐라 그래도 나는 남자고, 명절만 되면 일을 하지 않는 성별이 되어있었으니까.
우리 집은 애초에 차례나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친가는 친척이 거의 없고 부모님이 그런 것을 별로 안 좋아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어린 나에게 명절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 명절 때는 외갓집으로 보내고는 했었다. 본인들은 놀러 가고…(부러웠다) 난 외갓집에 가면 외부인이었기 때문에 눈치를 보면서 일손을 거들었다.(눈치를 주거나 구박을 당한 건 아니다. 나 나름 귀한 자식이다. 내가 그냥 눈치를 본거지. ) 더구나 외가도 남자가 일손을 거드는 것에 인색한 집은 아니었다. 그렇게 자유롭게 명절을 보냈고, 그것도 커서는 그냥 명절에 각자 알아서 지내고 밥이나 한 끼 먹는 정도로 마무리했었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고 내 사랑하는 아내도 시댁이라는 게 생기게 되었는데… 우리 엄마는 시댁으로 오지 말라고 했다. 제주도에서 여기저기 다니기 바쁘니 한 곳만 가거나 서울역에서 만나고 처가로 바로 가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그래서 울 엄마랑은 밖에서 맛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다가 헤어지게 되었다.
아내는 명절의 여성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덜 경험하게 되었다. 심적부담은 크겠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운 다른 많은 며느리보다는 편해 보였다. 나의 노력이 아니었다. 순전히 어르신들의 배려였다.(이것 또한 나의 편견일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남녀 문제만일까…? 세대 간의 문제는 아닐까? 사회문화가 변해가면서 생기는 과도기라고 봐야 할까?
음 잘은 모르겠지만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은 확실하다. 우선 성별에 상관없이 같이 동일하게 한번 일해보았으면 좋겠다. 그게 처가이던 친가이던 말이다.(장모님 저도 일하고 싶어요 ㅠ_ㅠ) 평소에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아닌 함께하는 남편인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