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의 업무 영역이 특정 서비스에 한정된 조직을 관리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면서, 내 업무 방식이 바뀌었다.
기존에는 난 여러 개의 조직이 묶여있는 부문의 전반적인 방향 설계와 큰 이슈에 대해 방향 설정을 하고, 막상 내가 속해있는 팀은 각자 구성원이 업무를 알아서 하고, 문제가 생기는 경우 해결을 하는 방식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내 동료들의 일을 좀 더 정확히 상황과 방향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같이 일하는 다른 팀의 분들과 좀 더 많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내가 직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조직의 구성원이 2배가 넘게 늘어버렸다.(채용목표까지 모두 합치면 기존의 세배의 조직이 된다.) 당연히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래도 즐거움이 있었고, 눈 앞에 보이는 것을 처리하고, 그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내는 대상들을 볼 수 있어서 보람되고 즐거운 나날들이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조직에서는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고 하며 다른 업무를 부여했다. 내가 그것을 끝까지 반대했으면 안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이 회사에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이 하나의 조직만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자만과 잘난 척이 넘치는 인간이었나 보다.”
2018년 9월 12일에 글 감으로 남긴 글이었다.
그후 1년 동안 또다시 조직을 세 개 맡아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냈다. 많이 신뢰하는 친구의 조언 중에 “겸직을 하더라도 직책의 높낮이를 바꿔가며(팀장도 하고 실장도 하는) 겸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아”라는 말도 무시해가며 생각을 무한으로 바꿔가며 여러 사람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결론은 처참했다. 원래 나의 정신적인 주춧돌이 되는 조직은 내가 잘 모르는 조직으로 변하고 있었고, 다른 조직에도 집중을 하지 못해서 1프로도 나아진 게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매일 같이 일찍 출근을 해도 밀려드는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고 자연히 가족에게도 소홀해졌다. 아내는 왜 맨날 일찍 출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했지만 그냥 “일이 많아서 그래” 라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밀린 상반기 구성원의 업무 성과 평가를 하는데 5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상세 평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난 어찌하면 이걸 빨리 대충 처리할 수 있을까? 바쁜데 평가를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능력을 과신해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많이 늦었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옮기지는 않기로 했다. 이 회사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으며, 앞으로도 많은 것을 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과신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결심을 하고 나랑 제일 함께 오래 한 팀의 선임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팀을 떠나야겠다고, 차마 그동안 미안했다고는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그분들 때문이었다. 매번 나의 말에 한 숨 쉬면서 못난 나를 도와주던 사람들이었다. 내 고집이 더 잘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막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그렇게 6년을 넘게 함께한 팀을 떠나기로 했다.
써놓고 보니 거창했다.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