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시작은 좋았다.
전 주의 힘든 출장에 여독이 풀리지 않았던 남편과 그리고 남편의 출장 덕에 육아를 혼자 책임져야 했던 아내의 고된 삶을 위로하려고 우리는 월요일 오전에 휴가를 내었다.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부부에 대한 주변 분들의 질투도, 모든 것을 시원하게 때려 부수고 타노스도 싸대기 날릴 것 같은 캐럴의 시원한 펀치와, 후련한 막국수가 우리의 힘듦을 해결하는데 부족했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반나절이었다.

반차 후 출근해서 본 다음 포털에서는 사람을 그렇게 죽여대고도 뻔뻔하게 살아있는 쓰레기의 뉴스가 도배되어 있었고, 수많은 업무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나를 반기고 있었어서… 행복함을 잃는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 무기력하게 일하는 중에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아이가 다쳤다고 했다. 난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갔고, 병원의 대기실에는 아픔과 피곤함에 잠들어있는 아이와 아이를 다치게 했다는 죄책감에 계속 울고 있는 나의 아내가 있었다. 나부터 정신 차리고 최선의 의료를 찾았다. 하지만 여기는 의료서비스가 충분하지는 않았다.

상처를 잘 치료하고 흉터가 남지 않기 위해 성형외과+응급실을 찾는 노력은 서로 미루는 제주의 병원 현실을 알게 하기에 충분했고, 돈이 되지 않는 복원 성형을 하지 않는 “제주에서 강남처럼”을 외치는 수많은 성형외과의 이런저런 핑계만 들었다. 결국 한 종합병원에서 우리는 응급처치를 하기로 했고, 아픈 애를 더 아프게 했다. 그래도 치료는 잘 받았다.

펑펑우는 아이와 아내를 끌고 집에온 우리는 밤 11시가 돼서야 우리는 저녁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나는 김밥이라도 사려고 다시 차를 몰고 돌아다녔는데… 그 조차도 없었다. 그 사이 아내는 피로에 쓰러져 잠들어버렸고, 난 집 앞 자매국수에 가서 국수에 소주를 한 병 먹었다. 모라도 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국수와 소주잔 앞의 TV에는 쓰레기 같은 학살자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올 뿐이었다.
집에 들어가서 아들과 아내를 한번은 꼭 보고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다. 오늘의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