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곡 하와이

나에게 부곡 하와이는 7살 때인가 우리 부모님이 나를 집에 두고 몰래 놀러 가던 그런 곳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그 당시 엄마가 운영하던 여관에서 일하시던 누나들이 있어서 그분들이 날 돌봐 주셨지만, 어린 나이에 가족 없이 혼자 남겨진다는 건 좋은 기분 일리 없다. 그렇게 두 분이 다녀오면 대형 나이트? 뭐 이런 곳에서 다정하게 두 분이서 사진을 찍어 오셨는데 난 그 사진이 그렇게 싫었다.

한 번은 국민학교 5년인가? 엄마가 다 같이 놀러 가자고 하는데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묻는 부모님의 말에 난 부곡 하와이라고 했다. 한이 맺혔었나… 엄마와 아빠는 꽤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5시간 넘게 가야 하는 거리의 문제인지, 리조트 예약을 하기 힘들어서였는지, 그 사정은 난 알지 못했고 나만 빼고 엄마 아빠가 다닌 곳이라는 생각만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거기에 힘들게 다녀와서 찍은 가족사진이 우리 가족의 마지막 여행 사진이었다.

아무튼 그 당시부터 난 아침에 일어나 보면 집에 아무도 없을 때가 가끔 있었고, 그럼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거나,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가실 때가 많았다. 이후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부모님들은 더 바빠지셨고, 당연히 내가 아침을 해 먹고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가는 일이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 자취를 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연히 서운함은 있었겠지만 난 덕분에 가족의 소중함? 함께하는 즐거움을 잘 모르고 살아왔고, 덕분에 자립심은 좋다고 항상 위안을 삼는다.

그런데 나에게도 아들이 생겼고 난 정우만 혼자 남겨두기는 싫었다. 긍정적으로 여기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앙금 비슷한 게 남아 있었나 보다. 어제 정우는 너무 잘 놀아서 그 여파가 밤까지 계속되었는지 잘 생각을 안 했다. 보통은 졸리면 엄마 품에 안겨서 잠이 드는데, 엄마가 정우보다 먼저 잠들어 버리면, 보통 밤에 정우가 자주 깨서 운다. 그런데 어제 정우는 계속 놀고 싶어 했고, 엄마는 놀아 주느라 힘이 부쳐서 먼저 쓰러져 버렸다. 당연히 그런 날은 정우가 울어도 엄마는 깊은 잠에 빠져 정우를 돌보지 못하고 내 손길은 싫어하는 정우를 달래면서 자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자다가 꿈을 하나 꾸었는데, 꿈의 내용이 웃겼다. 내가 3일간 출장을 갔는데 내가 돈이 없어서 서울의 나이키 매장에서 밤마다 알바를 했다. 3일간 낮에 판교에서 일을 하고, 저녁 5일간은 나이키 매장에서 일은 하는 거였다.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 때문에 내 아내는 남편을 찾으러 서울에 와서 나를 만났는데, 정우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우는?” 하고 물었는데 아내가 하는 말이 “잘자길래 집에 두고 왔어, 핸드폰 통화연결 해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하는 겄이었다. 그 이후에 황당한 에피소드가 몇 개 더 있었는데… 암튼 일어나서도 짜증이 확 났다. 정우와 엄마는 잘 자고 있었고 난 다시 잠을 청했다.

출근해서 보니 오늘을 마지막으로 부곡 하와이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내 또래즈음의 많은 사람들에게 어린날의 추억으로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추억으로 남을 그런 장소라 생각된다. 그 이후에도 한번쯤 가볼 수도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고, 부지런히 해외를 다닐 것이 아니라, 국내의 여러 좋은 곳을 많이 다니자고 생각했다.. 그것도 내 가족이랑 말이다.

좋은 모습으로 재 개장 했으면 좋겠다. 꼭 아들과 아내 손 꼭 잡고 그리고 어머님 모시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