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회사를 다닌 지 만으로 5년이 지났다.
5년 전과는 다르게 내 말을 항상 믿어주는 내 아내가 있다. 그리고 벌써부터 자유로운 영혼이 넘치게 느껴지는 아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기 전에 잠시 숙면을 취하고 있는 둘을 보고 나선다. 그 공간의 공기마저 포근하고 나도 저 안에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 행복한 잠자리를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물론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고. 회사만 도착하면 피곤이 몰려온다.
회사에서는 (물론 그들이 실제로 나를 어찌 볼지는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를 존중해주는 나의 보스와 나의 팀 동료들이 있다. 힘든 시기에 입으로는 상황을 욕하면서도 서로 도와서 힘든 시기를 이겨내려는 팀 동료들을 보면 많이 고맙다. 내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조직의 규모가 계속 늘어나서 내 역할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 회사에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 하지 못 하는 것 같아 내 보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5년 전에 내가 내려온 제주와 지금의 제주는 많이 다르다. 단적으로 교통정체가 생겼다. 그래도 조금만 나가면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소가 있어서 지루 할 틈은 없다. 특히 제주는 매주 색이 변한다. 봄만 하더래도, 유채꽃이 노랗게 깔리다가, 바로 벚꽃이 세상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좀 아래서는 동백꽃이 힘차게 버틴다. 그럼 바로 수국이 포인트로 깔리며 온 세상이 푸르게 변한다. 매일 컴퓨터 앞에서 여가를 보내던 안경 뚱땡이가 이 정도까지 변할 수 있게 해 준 공간을 싫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솔직히 공간보다는 아내의 역할이 크지만…
얼마나 이 제주에서, 이 회사에서 더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가끔 서울에 가면 여러 지인들이 이제는 올라올 때가 된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난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회사일도 할만하고 제주가 지겹지 않다. 무엇보다 내 가족이 제주라는 공간에서 행복해한다.
다음글은 40이다 -_-